[ PEOPLE IN SEONGSU ] 성수동 사람들성수동에 살고, 일하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 최고속도 25km/h느리지도 않지만 그다지 빠르지도 않은 SWING을 타고 바라보는 성수동의 풍경은 분명 택시나 버스를 탔을 때와는 다릅니다.좀 더 길에 밀착되어 있는 느낌.그래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면 멈춰서서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느낌.그런 느낌으로 성수동 골목골목을 다니며 나눈 대화들을 기록하려 합니다. [ 05. 다섯번째 피플 ] 루트 임팩트 허재형 CEO 세상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 방법을 찾고자 하는 이들, 체인지메이커 (Change Maker) 가 있다.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지지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며 응원하지만,기회와 힘을 나누고 그들의 내일을 보장하는 현실적 서포트는 퍽 부족하다.이런 생태 구조의 문제를 인식하고 나서는 또 다른 체인지메이커가 있다.가치 있는 일을 도모하는 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하는 것.‘당연하고 단순한 목표’ 라고 말하며 웃는 루트임팩트의 허재형 대표에게 물었다. 무엇이 필요할까요? 허재형 CEO SWING: 루트임팩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루트임팩트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예요.어떻게 하면 더 많은 체인지메이커가 등장하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지 답을 내리려는 곳이죠.SWING: 사회적 기업을 서포트하는 데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언제인가요?대학 때 사회적 기업에 관해 공부하고, 학내에서 소셜 프로젝트나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아리 활동을했거든요.그때 이런 사업을 처음 접하고 매료된 것 같아요.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일이 이상적이면서도 매력 있으니까요.SWING: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정립하고 있어요. 여러 사업의 기획을 개발하거나 조직 운영을 총괄하거나요.회사를 창립한 지 8년이 되어가는데, 점점 역할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함께 뛰는 팀의 주장이었다면,지금은 시합을 위한 연습과 훈련을 리드하는 코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더 많아졌어요.SWING: 그동안 체인지메이커를 서포트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나요?처음 1년 반은 미션과 비전 안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시도했어요.큰 회사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작은 소셜벤처에 팀원들을 파견해서 재정적인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돕기도 했고요. 사회 혁신에 대한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어요. 우리 회사가 뭘 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기간이었죠.SWING: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헤이그라운드’도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공유 오피스예요. 어쩌다가 공간 비즈니스를 결심하게 된 거예요?임팩트 생태계에 가장 필요한 게 네트워크를 넘어선 커뮤니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협력적으로 성장하는 공동체 말이에요. 업계에서 크고 작은 협력이 촉발되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랐고,그걸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고민했죠. 그러다 보니 서로 대면하는 시간과 기회가 많은 오프라인 환경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죠. 사무실과 집은 꼭 필요한 공간이기도 하고요. 커뮤니티가 생겨나기에 효과적인 배경을 만든 거죠.SWING: 헤이그라운드가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와 차별되는 점은 무엇인가요?우선 커뮤니티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소속감이나 연대감, 혹은 막연히 그 존재 자체가 지지가 되는 느낌을 포함해서요.커뮤니티는 구성 멤버들이 참여하며 만들어 가는 건데, 그때 가장 중요한 건 ‘이웃이 누구인가’잖아요.다양하면서도 나아가는 결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기를 바라요. 그래서 헤이그라운드에는 입주 멤버를 선정하는 프로세스가 있어요.그리고 저희는 소셜 임팩트(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회사일수록 매력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지원하려고 해요.소셜 임팩트 효과의 기대 수준을 정성적으로 판단해서 할인 같은 혜택을 제공하거나내부에 재무와 법률 담당을 두기 어려운 소셜벤처가 저희의 파트너쉽 법인에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해요.내부적으로 파트너 프로그램을 주최하거나 동호회 같은 밋업을 돕기도 하고요. SWING: 체인지메이커를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것이 보장되면 좋을까요?제일 첫 번째는 기본 수준 이상의 급여예요. 급여가 보장되면 이 일을 선택할 때 주저하는 일이 적겠죠.경제적인 이유로 선택을 포기하게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회사를 설립할 때 가진 문제의식 중 하나는 이런 거였어요.만약 제 아이가 “아빠, 나는 커서 어려운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어요.” 할 때,일반적으로 제가 그 아이의 꿈을 지지할 수 있는 사회인가 하는 거예요. 그게 좋은 일인 줄은 알지만, 직업으로 하지는 않길 바라잖아요. 사회가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세상이 되려면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는데,그 일을 하려는 사람이 주저하지 않아야 해요.그리고 그 연장으로 심리적인 안정감 역시 필요해요. 저만 해도, 창업할 때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려 하니 어머니가 걱정하셨어요. 험난한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신 거죠. 그때는 ‘내가 이 일을 선택하는 게 주변에 걱정을 끼치는 일이구나’하는 생각에 조금 힘들었어요. 외롭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같은 결의 사람들이 모여서 커뮤니티를 만들면 서로 지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그러니 사회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알려져야 해요. 전문적인 커리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하고요. 막연히 ‘좋은 일’, ‘착한 일’로 치부되고 싶지 않아요.SWING: 이제 성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왜 성수동을 지역적 기반으로 삼았나요?지역을 고를 때 기준을 몇 가지 세웠어요. 우선 청년과 초기 단계의 회사들, 비영리 단체가 모여야 하니 지대가 너무 비싸지 않아야 했어요.그다음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중요했고요. 특히 지하철, 그중에서도 2호선으로요.종합적으로 성수동이 후보지 중에 가장 좋더라고요. 특히 서울숲은 아주 중요한 요소였어요.가까이에 리프레시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잖아요. 그리고, 2014년 당시의 성수동은 무채색의 느낌이 있었어요.저희가 좋은 색을 더할 수 있겠다는 포부가 있었죠.SWING: 성수동에서 또 다른 뭔가를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성수를 기반으로 임팩트 클러스터를 만들고 싶어요. 사회적이나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사람,혹은 그런 기업을 찾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동네가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어요.소셜벤처 임직원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린이집을 오픈하고,이 지역의 청소년들이 실제 세상과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자연스럽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살롱 등을 운영하고 있죠.SWING: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메시지 부탁드려요.사실 모든 회사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가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을 하거나 유해한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인식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거죠.0과 1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서 회사의 사회적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에요. 그러니 점차 이런 점을 고민하면 좋겠어요.또, 시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기부나 자원봉사 같은 것으로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가 늘어날수록 그런 서비스나 제품이 많아질 텐데,유익한 제품을 소비하는 비중을 조금씩 높이는 ‘가치 소비’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2020년 6월 2일 Move with Style, SWING 인터뷰장소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서울숲 점 (tel. 02-6495-0281)